최근 들어 학점은행제가 뜨고 있다.
과거에는 나이 든 만학도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 들어서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대들도 많다. 공부하겠다는 생각만 있다면 오히려 정규대학 보다 이점이 많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13년 전 충남지역 대학 중 가장 먼저 학점은행제를 도입한 호서대 천안캠퍼스에서 때늦게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세 사람을 21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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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서대 학점은행제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며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박혜숙, 윤정원, 지창금씨가 유영기 평생교육원장과 대화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오른쪽부터). [조영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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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5세에 대학생 되다= 가정주부인 지창금(57)씨. 아이들 다 키워 놓고 나니 ‘빈 둥지 증후군’이 몰려왔다. “이젠 뭐하고 살아야 하나 … ” 고민하던 지씨는 대학입학을 결심했다.
우연한 기회에 받아 놓은 호서대 학점은행제 홍보전단을 다시 꺼내 들었다. “수능 보나요? 수학도 배워야 하나요?” 지씨는 두려운 마음에 학교 관계자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그는 “고졸 학력과 열정만 있으면 된다”는 학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지난 2007년 가을, 용기를 내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2년 동안 요령 부리지 않고 공부한 지씨는 8월이면 사회복지 전공 전문학사(2년제 전문대졸) 학위를 얻는다. 또 앞으로 다시 2년을 더 공부해 학사학위에 도전할 생각이다.
한우리라는 봉사단체에서 15년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온 지씨는 내년에 재가복지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학점은행제로 전문학사 학위를 얻어 2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부하는 엄마가 되다=“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니까 문득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안 사는 박혜숙(35)씨는 초등학교 1학년, 그리고 다섯 살 난 ‘딸딸이’ 엄마다.
동시에 박씨는 올해 초 사회복지학과(학점은행제)에 입학한 새내기다. 그는 “아이에게 ‘공부해라’하는 엄마보다는 공부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 둘을 키우는 가정주부가 정규 대학과정과 똑같이 진행되는 수업 일정을 따라간다는 것이 녹록치는 않았다.
“전혀 예상 밖이었어요. 솔직히 나이든 학생들이 많아 대충해도 될 거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20대는 그렇다 치고 60대 학생까지 다들 공부에 한 맺힌 사람들 같았어요. 덕분에 밤새는 날이 수두룩했어요.”
그래도 박씨는 행복해 했다. 밤새워 공부하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또 어느 샌가 아이들이 함께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을 즐거워 하니 이미 절반은 목표를 이룬 셈이다. 박씨는 전문학사 과정을 마치면 정규대학에 편입해 공부를 계속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제대로 봉사하는 경찰되다= 천안 동남경찰서 외국인특별치안센터에 근무하는 윤정원(45)씨는 경찰 공직 사회에서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가는 곳 마다 남다른 봉사정신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제대로 사회복지를 공부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해 3월 사회복지학과(학점은행제)에 입학했다. 과거에 다녔던 전문대 졸업 학점을 그대로 인정해줘 정규대학으로 치면 3학년 1학기 편입이 가능했다. 형편에 따라 수강과목 신청을 하고 이수할 학점을 다 따면 학위를 주는 방식이라 경찰 본업에도 충실할 수 있었다.
윤씨는 “수업을 통해 얻는 것도 많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공부하다보니 함께 수업 받는 선·후배 동문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모두가 공부하겠다는 목적 하나로 입학한 사람들이라 공부 욕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씨는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나면 노인복지 분야에 대해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장찬우
사진=조영회 기자
◆학점은행제=고졸(예정자)학력이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 1학점 당 7만5000원의 수업료를 내고 원하는 만큼 수강신청을 해 80학점을 이수하면 정규대학과 똑같은 졸업장(학사학위)을 받는다. 대학중퇴자는 중퇴 이전 이수한 학점은 인정해 준다. 산업기사(20학점), 공인중개사(20) 등 국가가 인정하는 각종 자격증도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정규대학 편입도 가능하다.